Fe y Alegria 선생님들의 작은 한 걸음

“수사님, 우리 이번 워크샵 날짜를 캐서린 선생님*이 휴가에서 복귀하신 이후로 다시 정할 수 있을까요?”
– “선생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아시다시피 캐서린 선생님은 적어도 한 달은 있어야 돌아오시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저희가 어떻게 감히 다른 선생님들을 가르칠 수 있겠어요? 그분들은 저희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훨씬 많은걸요. 저희는 자신이 없어요.”
– “아니,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할 수 있으세요? 선생님들은 모두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선생님들이잖아요! 저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 나눌 만한 좋은 몫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이는 제가 공립초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최초의 온라인 교사연수 워크샵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회의에서 우리 선생님들과 나눈 대화입니다. 올해 초 Fe y Alegria(FyA)는 예수회 캄보디아 미션의 다른 두 축인 캄보디아 예수회 봉사단(JSC)과 까로나 바탐방 기구(KBO)가 지원하는 시골 학교를 위해 다양한 교사 훈련 워크샵을 제공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오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교육 기반이 상당히 열악합니다. 또한, 학생 수와 비교하면 교사 숫자가 매우 적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는 학생들을 위한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들 공립교사는 새로운 교수법을 배울 기회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FyA는 올해 스토리텔링, 시각 예술, 학급관리 등 총 세 가지 다른 주제로 워크샵을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워크샵은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원래 계획한 일정보다 뒤처진 것이 비단 이 프로젝트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교사연수 워크샵은 마찬가지 사유로 연기된 다른 수많은 프로젝트들로 이미 빼곡히 찬 저의 ‘해야 할 일 목록’에 한 줄을 더 추가했습니다.

애초 FyA는 교사연수 워크샵을 온라인으로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 깊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에 열린 FyA 위원회 회의에서 KBO 업룸 팀(업룸은 크메르어로 “교육”을 의미)의 리더인 스레이몸 씨가 온라인 워크샵을 열어줄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습니다. 왜 진즉에 온라인으로 워크샵을 개최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워크샵 준비에 에너지와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하비에르 학교 초등학교 선생님들 덕분에 FyA는 그날의 회의 후 불과 몇 주 만에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첫 번째 워크샵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 워크샵 일정은 매우 섬세하게 설계되었습니다. 맨 처음은 우리 선생님들의 따뜻한 환영 인사와 전체 일정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 학교 선생님들부터 시작해 모든 참여 교사들은 평소 학생들에게 책 읽기 등의 독서교육을 가르친 자신의 경험을 나누도록 초대되었습니다. 나눔 후에는 초등교육에서 읽기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한 짧은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다시 모인 오후 일정에서 모든 참가자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년에 따라 10명의 소그룹으로 나뉘었고, 그룹마다 두 명의 하비에르 학교 선생님이 배정되었습니다. 먼저 하비에르 학교 선생님들이 먼저 수업에서 학생들을 위해 책을 읽는 방법을 시연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이어서 각 참가자가 참여했고 한 사람이 끝날 때마다 그룹 내 다른 교사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처음 워크샵을 기획할 때는 약 서른 명의 참가자를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공립학교 교사들이 참여하기를 원해서 결국 워크샵을 두 번 열어야 했고, 총 77명이 참가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워크샵을 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워크샵 중에는 재밌는 일도 있었고 때로는 마냥 웃을 수만도 없었던 에피소드도있었습니다. 여러 참가자가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 참가자는 워크샵 내내 종일토록 인터넷 회의실을 끊임없이 들락날락했습니다. 또한, 참가자 중에는 연로한 교장 선생님이 있었는데, 이분은 상반신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화면에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프로그램 시작 전 그분께 제발 아무거라도 걸치도록 부탁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었고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캄보디아의 많은 교사가 열악한 현지 교육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우려는 열의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FyA는 학생들이 책임감 있고 성숙한 시민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지역 사회 전체를 ‘대중 교육’이라는 정신으로 도우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이같은 발견은 저희에게도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하비에르 학교 선생님들은 단순히 인근 지역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교육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사연수 워크샵은 우리의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일주일 뒤 진행된 평가 회의에서 선생님들은 다음 워크샵에 대해 이런저런 많은 제안을 했습니다. 이는 앞서 워크샵을 준비하며 보여주었던 주저하는 태도나 우려섞인 감정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재잘대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사라져버린 학교 캠퍼스는 여전히 고요함 속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나 양질의 교육을 증진하기 위한 우리의 사명은 계속됩니다.

*캐서린 선생님은 현재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초등학교의 교장으로 봉사 중인 홍콩 출신 협력자입니다.

도윤호 SJ

Fe y Aleg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