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냐시오와 함께한 12주간의 순례 여정을 마치고

저는 지난 12주 동안 온라인 모임을 통해 “Journey with Ignatius”라는 동영상을 다른 성소자 형제들과 함께 시청했습니다. 미국의 예수회 대학인 보스턴 칼리지에서 나온 이 영상은 이냐시오의 삶의 여정을 매주 하나의 도시와 관련하여 소개하면서 동시에 그에 따르는 매주의 성찰 거리를 우리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우리는 아레발로, 팜플로나, 로욜라, 올라쯔, 아란사수, 몬세라트, 만레사, 예루살렘, 바르셀로나, 파리, 베네치아를 거쳐 로마에 이르는 이냐시오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양성, 분열, 회심, 출발, 예상치 못함, 고독, 비전, 성스러움, 문화, 동료, 대화, 토대 등의 주제에 관하여 서로가 기도하고 체험한 것들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주제들을 성찰하며 기쁠 때와 즐거울 때는 물론, 온갖 고난과 어려움 중에도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고 담대하게 삶이라는 모험의 여정을 걸어갔던 이냐시오 성인을 제 삶의 모범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여정 동안 느낀 점을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을 빌려 요약하자면, 바로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찾기!’ 입니다. 저는 이냐시오의 여정 내내 함께하신 하느님의 현존을 이 동영상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화’라는 주제를 통해 저는 제 주변의 부모님,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들과 더 잘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기도를 통한 영적인 삶이 제가 하느님과 더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한 방법임을 이냐시오의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계획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의 움직임을 아주 주의 깊게 알아차리면서도, 제 삶의 방식에 얽매이기보다는 하느님의 초대에 맞춰서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함도 깨달았습니다. 이냐시오의 긴 순례 여정을 보면서 저는 우리가 늘 주어진 상황에 적응해야 하지만, 그 적응도 자기 자신, 타인 그리고 하느님께 대하여 올곧은 것이어야 함을 봅니다. 가슴과 머리를 함께 사용하며 사태를 바라보는 것을 배워야 하고, 내가 찾아가야 할 가난한 이들과 주변의 소외된 이들의 삶 안에서, 나아가 하늘과 땅을 포함한 자연의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마음을 품습니다.

지난 12주간 동안 다른 성소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무엇보다 해당 주제와 관련된 각자의 삶의 체험들을 나누었는데, 이 나눔을 통해 저는 마치 큰 영적 양식을 얻은 것과 같은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자신의 삶의 여정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자 하는 다른 형제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저는 우리가 모두 사랑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점과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마음이 많이 끌렸습니다. 형제들 모두는 자주 세상에서의 성공과 명예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을 달성하기 어렵게 느껴질 때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미래에 대하여 희망을 잃어버리는 체험을 공통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주간의 이냐시오와의 여정과 형제들과의 나눔을 통해 저는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조건 없이 사랑하신다는 것과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선물임을 확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두 각자의 있는 모습 그대로, 아주 사소한 일을 통해서라도 어려움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자연을 보호하고,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도하도록 우리를 초대하심을 느낍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미소를 간직할 수 있고, 사랑과 의미가 더욱 충만해지기를 그분이 바라신다는 점도 깨닫습니다.

인간의 삶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숨결에 달려 있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그분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12주간의 이냐시오와의 여정은 우리 각자의 삶 안에 이미 그분의 사랑이 있다는 그것을 보여 주었고, 하느님께서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 그리고 그분의 평화가 우리 안에, 또한 주변 사람들과 자연 안에 있음을 제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냐시오의 삶을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제가 더 큰 믿음과 사랑을 갖도록,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저 자신의 이익을 버리도록, 또한 희망을 간직하고 인내하면 앞으로 걸어 나가도록 초대하고 계심을 느낍니다. 특별히 이 여정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제가 어려서부터 오늘날까지 제 삶을 되돌아보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제 삶의 여정은 때로는 평화롭고, 때로는 모험과 고통으로 가득 차곤 합니다. 비록 제가 아직 하느님 사랑의 깊이를 명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냐시오 성인은 제가 하느님의 부르심의 목소리를 듣고 회심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참고할만한 좋은 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주간의 여정을 통해 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영적인 삶과 믿음에 대하여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냐시오 성인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자기 삶의 체험을 함께 나눠준 성소자 친구들, 그리고 멀리 필리핀에서 줌을 통해 이 여정을 동반해 주신 다모 수사님과 이 여정에 우리를 초대해 주신 권오창 신부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 글은 권오창 신부가 크메르어 원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마오 싸음

예수회 성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