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목자로 살아간다는 것

제가 성당의 사무실을 들를 때면 항상 성당 복도의 벽에 걸린 큰 사진을 보게 됩니다. 2년 전인 2019년에 추석 감사미사를 봉헌한 후 성당의 교우들이 다 함께 모여서 체육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이 사진은 행사를 마친 후 기념으로 찍은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가끔 몇몇 교우분들은 저 당시가 프놈펜 한인 성당의 황금기였노라고 그 시간을 회상하시곤 합니다. 2018년에 이곳 프놈펜에 한인 성당이 건립되기 전후로 한인 가톨릭 공동체는 꾸준히 성장해 오면서 동시에 지역 교회 안에서도 다양한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어 왔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저는 저 사진 속에 있는 분들 중에서 일부만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코로나의 여파가 전 세계를 흔들기 시작할 즈음부터 이미 많은 교우분들이 이곳 캄보디아를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아직 이곳에 남아 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종교 집회의 제한 등으로 성당과 점차 멀어진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는 코로나 1차 대유행이 시작된 후인 작년 2020년 6월에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작년 중순까지만 하여도 캄보디아의 상황은 다른 주변국들에 비하여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년 8월부터는 제한된 숫자의 교우분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다시 허용되었습니다. 저와 사목 위원분들 모두는 다시금 재개된 미사와 모임 등을 통해 공동체를 새로이 활성화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이곳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격리 지침을 어긴 외국인으로부터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지난 4월과 5월에는 프놈펜이 봉쇄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미사나 기타 종교 집회도 금지되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성주간 전례를 교우분들과 성전에서 봉헌할 수 없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5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으며 이제는 줌을 통하여 온라인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도 몇몇 교우분들은 성전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성체를 영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시곤 합니다. 그래서 지난 6월부터는 주말 오후에 성전을 개방하여 원하시는 분들이 개인적으로 오셔서 성체조배를 하고 성체를 영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언제부터 미사를 다시 봉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한인 신자분들께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하여 기꺼이 도움을 주시고자 함에 큰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올해 환자가 급격히 늘면서 프놈펜이 봉쇄되는 와중에도 가톨릭 한인 공동체는 캄보디아 카리타스를 통하여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성금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프놈펜에서 양계장을 운영하고 계신 한 교우분께서는 몇 주에 걸쳐서 수천 개의 달걀을 이곳 예수회 공동체에 전달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여러 기관과 시설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넉넉한 양의 계란을 나누어 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한인 성당은 꾸준히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방문하고 물질적 영적인 도움을 나눔으로써 지역 교회에 좋은 표양이 되어왔습니다. 저는 그 애덕의 마음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공동체원들의 맘속에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솔직히 현재 상황을 돌아보면 저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아쉬움과 무기력함과 같은 감정이 올라오곤 합니다. 아마도 제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교우분들이 가득히 모여 있는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저는 하느님께서 이 모든 사건을 통하여 저와 우리 모두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계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많은 교우들과 활기가 넘치는 잔칫상에 함께 하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캄보디아에 남아 계신 교우분들과 함께 머물면서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해 드리고 위로를 드리는 것이 지금 저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요한 10,11)” 아침마다 저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는 착한 목자 예수님을 닮을 수 있을지 예수님께 여쭙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들의 구원자 예수님을 통하여 이곳에 계신 모든 신자분들이 맘의 일치를 이루어 갈 수 있기를 다시금 청해봅니다.

조창모 SJ

프놈펜 성 마리아 한인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