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요? 아니요, 저희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손가락을 한번 튕길 만한 짧은 순간에 우리 삶이 이렇게 급격히 변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있는 시엠립에서는 2020년 3월 18일에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었습니다. 교회와 사찰에서의 모든 모임이 중단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서로를 피하기 시작했고, 모든 기침 증상은 공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한 신자분은 제게, “좀처럼 본당에 갈 엄두가 나지 않네요. 제가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어서 신부님께서 저를 만나기를 주저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이 말은 제 가슴을 쓰라리게 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실로 우리를 서로 갈라놓았습니다. 시골 마을 방문과 수상(水上) 공동체에 가기 위한 배 타기, 어린아이들을 위한 쌀죽 나눔까지… 그 어느 것도 더는 없었습니다.

코로나19는 시엠립에 대혼란을 일으켰습니다. 모든 상점과 호텔이 문을 닫거나 영업을 축소했으며, 관광업 또한 거의 완전히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혹시라도 사람들이 굶주릴까 싶어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상심해 있던 그때, 몇몇 분들과 단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습니다. ACTS 싱가포르, 캄보디아 카리타스, 밀힐(Millhill) 선교회 소속 신부님들 그리고 관대한 마음을 지닌 많은 분이 현금이나 현물로 도움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모금된 기금으로 각 가정을 위해 25달러 상당의 음식 및 약간의 생필품이 담긴 꾸러미를 준비했습니다.

저희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마을에 들어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주민 중 다수는 저희가 오랜 시간 섬겨온 공동체의 일원이었습니다. 정기적인 활동이 중단된 후 실로 오랜만에 다시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캄보디아식으로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우리 봉사단의 도착을 열렬히 환영해주었습니다.

사실 저희 시엠립 교회 공동체는 몇 년 전부터 비상사태나 극심한 가난에 직면하지 않는 한 이런 무상지원 프로젝트를 줄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고수해서는 도저히 성전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례로, 제가 교구 사제로서 사목하면서 본당 유치원의 수업료를 받지 않았을 때 몇몇 학부모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자녀들이 학교에 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부모들이라면 자녀가 학교를 결석하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저는 단순히 공짜로 주는 것은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확실히 자신의 노력이나 역량으로 얻은 것이야말로 커다란 가치를 지닙니다.

음식 꾸러미를 나눠 주기 전, 저희는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각자가 결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저희는 주민들이 구호 물품에 대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액수를 기부함으로써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를 바랐습니다. 액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받는 도움에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접근법의 실효성은 주민들의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상 가옥 마을을 방문했을 때 자매님 한 분이 제게, “신부님, 이번에도 제가 기부금을 내니까 음식 꾸러미를 받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날 자매님은 본인이 받은 13만 리엘(약 3만 8천 원) 상당의 물품에 대해 5천 리엘을 기부했습니다. 어떤 주민은 500 리엘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1만 리엘(약 3000원)을 기부했습니다. 저는 주민들이 지닌 힘 그리고 존엄과 품위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손해를 봤나요, 아니면 이득을 봤나요?” 저는 마을 대표가 모아온 기부금을 건네받으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사람들은 “저희가 받은 선물 꾸러미의 가격을 고려하면 아주 많이 얻었네요!”라고 답하며 크게 웃고 즐거워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저희는 8개 마을의 812가구, 총 4천 백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음식 꾸러미를 나눠주었습니다.

저는 코로나 범유행이 일으킨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모든 사람이 상생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후원자분들의 선물을 전달할 수 있어 기뻤고, 가난한 이들은 음식 꾸러미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물론 이 물품으로는 단 2주 정도만 버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모두는 품위 있고 힘 있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또뗏 바나이날 SJ

시엠립 성 요한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