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예수회 책임자로 지난 9년에 대한 단상

캄보디아 예수회 책임자로서의 임무가 2013 2월에 시작되었으니, 벌써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세월의 빠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이 단상을 통해, 많이 부족하였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주님의 뜻을 찾아보려했던 내 자신의 흔적을 돌아보려 한다.

 전임자 신부님이 친절하게 정리해 놓은 많은 자료들이 있기는 하였지만, 나의 임무가 무엇인지 잘 몰라, 마치 첫 걸음을 배우는 어린 아기같이 허둥데었던 나를 위해서 예수회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끌어 주었다.

 제일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로마 총원에서 진행된 2주간의 관구장 학교의 참가 경험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예수회원들이 책임자라는 소임을 받고 비슷한 경험을 하였기 때문이겠지만, 예수회에서는 새로 임명된 여러 관구장들과 지역 책임자들을

로마 총원으로 초대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책임자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특별히, 500년 역사의 예수회 통치방식을 깊이 배울 수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온 분들과 다양한 나눔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

 매 해 1월과 7월에 1주일씩 진행된 JCAP 장상회의는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고, 많은 배움의 기회였었다. 하루 종일 여러 안건들에서 관해서 치열하게 회의를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먹고 마시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고, 각 나라의 사도직장을 함께 방문하며 새로운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며 서로간에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예수회원으로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기회였었다. 그들 안에는, 나에게 Mentor의 역할을 해 주시는 영적인 스승같은 분, 어려운 부탁을 언제든 할 수 있었던 마음씩 좋은 동네 형과 같은 분, 스스럼없이 농담을 나눌 수 있었던 오래된 친구같은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모임이 끝날 때 마다, 그들과 나눈 경험치를 통해 조금 더 성장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27년을 살아 온 예수회원으로서 그리고 지난 9년동안 책임자의 삶 안에서 가장 큰 경험은, 뭐니 뭐니 해도2016년에 있었던 ‘36차 총회의  참석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어떻게 나처럼 부족한 이가 그러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던지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 총원장의 임무를 겸손한 태도로 사임하시던 니콜라스 신부님 모습, 3일 동안 성령의 인도하심을 믿으며 느끼며  참석하였던Murmurationes의 경험, 새로운 총원장 소사 신부님을 선출하던 순간의 기쁨, 총회장을 직접 방문해 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나누어 주신 말씀을 듣고, 그 분과 직접 악수를 할 수 있었던 순간, Spiritual Conversation을 통해 총회를 이끄시는 성령의 움직임의 체험 등, 총회 참석은 수 많은 은총의 순간들의 경험하는 기회였었다

예수회 안에서 행복한 경험들이 넘치게 있었다고 한다면, 실제적인 일들 안에서는 많은 어려움과 때로는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순간들도 많이 있었다. 특별히 6년 임기가 끝나고, 3년 기한의 임기가 연장되면서, 이상하리 만큼 많은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해서 나를 따라왔었다. 가장 대표적 사도직이었던 Banteay Prieb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순간,

캄보디아 예수회 구조 변화의 과정에서 벌어진 마음의 상처들, 그 때문에 우리 곁을 떠난 여러 캄보디아 직원들. 돌아보면 참으로 마음 아픈 순간들 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순간들을 돌아보니, 그 어려운 시간들 안에 더 많은 깨달음과 은총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래서 더 하느님께 의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예수회 삶 안에서, 그 어느 때 보다 더 많은 기도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예수회 책임자의 사명에 대해서 나름대로 깨닫게 되었다. Leadership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한다. 나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예수회 책임자는 Servant Leadership , 주님과 타인들에게 우선적으로 봉사하는 것이 첫 임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 자체를 느끼고 깨달은 것은 나에겐 큰 은총이었다. 그러기에 지난 9년간 매 순간 나를 돌아볼 때 마다, 처음하는 질문은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이 주님과 형제들, 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에게 우선적인 봉사였던가?’ 였었다. 물론 많은 경우에 그 사실을 잊고 내 마음대로 진행하였던 적이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 중요한 질문은 잊지 않고, 계속해서 마음속에서 반복할 수 있었다. 지난 9년간 이러한 태도를 고수할 수 있었던 사실은, 내가 주님을 잊은 순간이 있었더라고 주님의 결코 나를 잊은 적이 없으시다는 반증이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경험들 자체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벗으로 불리움 받은 이라는 32차 총회에서 정의된 예수회원의 신원과 조금은 일치된 순간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예수회를 대하는 나의 태도도 바뀌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주님을 따른 것을 모든 활동에 중심에 두는 예수회를 지난 9년 동안 깊이 체험한 나로서는, 더 이상 예수회에 바라는 것 없게 되었다. 주님과 예수회에 받은 것이 너무 많으니, 예수회가 원하는 것에 최우선적으로 내 자신을 봉헌 하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3 31이면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1년간 안식년을 떠나게 된다. 우선은 잘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그리고 이 기간은 쉬는 것 뿐만 아니라, 예수회에서 준 새로운 사명이라 믿는다. “예수님을 위해, 그리고 예수회를 위해 더 큰 봉사를 하기위한 준비기간으로지내라는 새로운 사명 말이다.

오인돈 프란치스코 SJ

오인돈 신부는 지난 2013년 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캄보디아 미션 한국 관구장 대리로 봉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