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계단에서

여러분의 인생의 3분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영원히 바꿀 수 있을까요!

여러분에게는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왔던 작은 일이 있습니까? 저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당시만해도 그 일은 아주 사소하게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과 3분여 동안 일어난 이 작은 사건이 제 삶을 아주 크게 변화시켰다는 것을 뒤늦게 온전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것이 진정으로 제 인생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날 저는 혼자 집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8살에서 9살 정도의 어린아이였습니다. 인도 푸네의 성 빈센트 학교에 다니던 저는 집으로 가는 길에 성 하비에르 성당 경내를 가로질러 가곤 했는데, 보통은 왼편으로 들어가서 부대(部隊)시장(Cantonment market) 바로 앞으로 나오곤 했습니다. 이는 푸네가 지금처럼 크고, 붐비고, 지저분하지 않았던 40년대 후반의 이야기입니다.

십자가 모양으로 지어진 성당의 왼편에 이르자 계단 밑에 한 남성이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성당 입구까지는 8계단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제가 그를 지나쳐 가려 하자 남자는 제 손을 붙잡고 입구 근처의 마지막 층계까지 저를 데리고 올라가 앉게 했습니다. 전 너무나 순진한 탓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에게 무슨 말을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하기도 전에, 또 다른 남자가 계단 아래에 나타났습니다. 그 남자가 고개를 들어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쳤습니다. “거기 당신, 그 아이를 놔줘!” 그분은 제가 내려올 때까지 계단 밑에서 기다렸다가 제가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큰길까지 저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 모든 일은 단 3분 안에 일어났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이 사건을 절대 잊은 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한 많은 뉴스가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위가 끼친 영향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평생 끔찍한 결과를 안고 살아가게 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그날 성당 계단 맨 아래에 나타났던 그 남자가 진정 제 수호천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일 그분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날,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학대를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제 학교생활이 큰 지장을 받았을 것이고, 나중에는 다른 사람에게까지 해를 끼쳤을 것입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어릴 적 학대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비참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의 수호천사가 고개를 들어 고함을 치는 데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3분 정도였습니다. “이봐, 그 아이를 당장 놔주라고!” 그리고 나서 그분은 제가 자유롭게 떠날 때까지 잠시동안 저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이제 그 수호천사는 아주 나이 많은 노인이 되었거나 아니면 천국에서 저를 안아주고자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되면 저는 그분께 오래전에 했어야 했던 말을 건넬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3분 동안 저를 위해 하셨던 일은 저를 자유롭게 해주신 것이었습니다!”

제가 예수회에 입회한 지도 이제 60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시간 저는 인도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동티모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소에서 사도직 활동에 참여했고, 현재는 캄보디아에 다시 돌아와 있습니다. 동료 예수회원들 및 친구들의 우정과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지원이 없었다면 저는 제가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것의 단 10분의 1도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저희 사도직에 관대하게 도움을 주시는 은인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저희에게 없어도 되는 몫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었던 몫을 나누어 주십니다. 그런데도 저희를 생각하신 것이지요! 따라서 저희는 그런 은인분들을 실망시킬 수 없습니다.

저는 저희 캄보디아 미션에 아낌없이 이바지해주신 친구들과 은인들 모두가 수호천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저나 저희가 섬기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위해 한 일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때문에 저는 항상 은인들을 위해 감사드리며 기도합니다. 저희가 섬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수호천사를 보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분들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노엘 올리버 SJ

캄보디아 미션 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