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 대화

강인근 신부(Fr. Ingun Kang SJ)는 캄보디아 예수회 안에서 지성 사도직과 종교간 대화 책임자로 대학 강의, 워크숍, 세미나, 평화행진, 홍보, 인재 양성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회 아시아태평양 지역구 ‘불교연구와 대화’ 담당 책임을 맡고 있으며, 젊은 예수회원들을 위한 ‘아시아 상황 신학’ 프로그램 책임 또한 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9월 강인근 신부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가톨릭 교회와 다른 종교 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이 천명됨에 따라 가톨릭 교회와 타 종교 사이의 상호 이해 및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교황청 종교간 대화평의회(Pontifical Council for Interreligious Dialogue) 자문위원으로 임명했습니다. 아래 글은 강인근 신부가 예수회 아시아 태평양 지역구와 로마 총원 차원에서 종교간 대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지 나눈 내용입니다.


종교간 대화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종교간 대화가 교회 활동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예수회에서는 34차 총회부터 종교간 대화를 ‘정의를 실천하는 신앙’, ‘문화적 토착화’와 더불어 예수회 사명의 삼대 원리 중 하나로 선포하였습니다. 따라서 전체 예수회는 종교간 대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모든 회원이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면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중요한 정신적 원리 중에 하나로 삼을 것을 강조합니다. 현재 예수회 아시아태평양 지역구는 종교간 대화를 위해 의장 신부님 산하에 불교 전문가, 이슬람 전문가 총 2명의 비서를 두고 있는데, 제가 불교담당 비서입니다. 종교간 대화는 네가지 차원(일상적 대화, 사회 문제에 관한 대화, 지성적 대화, 영적 대화)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예수회는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과 함께 협업하면서 다차원적인 대화를 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예수회 캄보디아 미션에서 교육이 중요한 사도직으로 부각되고 있고, 저도 인재 양성을 위한 지성 사도직과 대학 교육 및 종교간 대화를 담담하고 있는데, 불교의 세계관이 국민들의 모든 삶에 광범위하게 스며들어 있는 나라에서 불교에 관한 연구와 대화 없이는 참다운 교육과 인재양성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믿습니다. 인간은 이론과 실천을 함께 해 나가는 존재입니다. 즉, 이론을 공부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고 실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또한 실천하면서 이론을 더욱 심화해 나가고 깨달음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깨달음 없는 실천은 맹목이고, 실천 없는 깨달음은 공허 합니다. 그런데, 현재 캄보디아 상황은 대량 학살과 오랜 내전으로 인해 인재들을 한꺼번에 잃어 버린 후유증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이론적 연구가 매우 취약 합니다. 이런 면에서 종교간 대화와 지성 사도직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 부단하게 연구하고 실천하는 인재 양성에 따라 이 나라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자연과학의 인재들은 캄보디아 정부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투자합니다. 그러나 인문학적 교육은 우리가 돕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아주 열악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종교간 대화는 지성사도직을 통해 배출되는 인재들에 의해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정치 경제적 불의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대다수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선언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전통문화와 종교를 깊게 이해하고 실천하면서도 타종교와 다른 사상에 열려 있는 젊은이들, 거대한 물질문명과 이기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고 당당하게 가치관을 정립하여 공정한 사회 건설을 위해 헌신하는 젊은이들, 부패와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선의의 사람들과 연대하여 보다 나은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투신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희망의 빛이 어둠 속에 신음하는 캄보디아를 밝게 비추기 시작할 것입니다. 예수회 캄보디아 미션이 우선적 사명으로 선택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활동, 환경운동, 전인적 교육, 지역교회의 역량강화 등도 타종교와 대화하고 연대하는 정신 위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캄보디아의 예수회원들과 협력자들, 타 종교의 친구들, 그리고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세상, 참다운 하느님 나라의 이상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길 위에서 저의 작은 기도와 활동을 보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