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ie's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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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6년 7월, 홍콩 교구 소속 평신도 선교사로서 캄보디아에 파견되었습니다.
초반
첫 해에 저는 깜뽕짬 지목구에 있는 한 본당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캄보디아 문화를 차츰 배워하면서, 저는 학교의 제도, 교사들의 근무 태도, 교수법 등이 좀 더 개선되어야 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만약 교육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캄보디아 사람들의 계발에 큰 장애물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듬해, 저는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에 초대되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쳤고, 교사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 수업을 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곳 캄보디아 학생들은 기본적인 음악교육을 받아본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커리큘럼과 교과서가 없이, 그 어떤 전자 장비 도움없이, 처음에는 좀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운 좋게도 기대와 열정이 가득찬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학생들에게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크메르 언어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저는 학생들에게 노래를 부르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영어 동요를 가르칠 때 리듬을 익히기 쉽도록 동작을 함께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음악에 대한 흥미를 키워주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리코더를 배울 수 있도록 학생들을 격려하였습니다. 학생들은 대체로 음악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였고, 일부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후 음악실에서 전자 피아노 건반을 배우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개강 두 달 만에 학교 기념일 행사에 학생들이 다같이 합창을 해서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한 어머니께서는 기뻐하시면서, 자신의 아들이 노래에 재능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단계
그렇게 음악을 가르치는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시기에, 학교에서 인사이동이 있었고, 학교 디렉터 신부님께서는 제게 초등학교 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전체 음악 수업 과정을 만들고, 하루에 세 시간 음악 수업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초등학교의 전체 행정 업무를 보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제가 이것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 자신을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평신도 선교사라고 생각했을 때에야, 비로소 이 사명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예전 학교에서의 경험이 이곳과는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보통 홍콩 학교들은 직원 채용이 철저하고 또 교사들의 행동 양식이 좋은 편입니다. 효율적으로 일할 줄 알고, 일과 시간에 못 마친 일은 여가 시간에 마저 하는 것이 익숙한 편이지요. 하지만 이곳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젊으시고 대부분 20대입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부분 1~2년 정도 교직과 무관한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양한 워크샵을 계획하고, 수업을 참관하며 수업 계획을 확인함으로써 수업의 질을 검토하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도하고 돕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동시에 교사들이 하루 6시간씩 수업을 해야 하는 무거운 부담을 점차 줄여주기 위해 계속해서 교사 양성을 개선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저는 교사들이 일상적인 업무 태도와 실력의 향상만이 아니라, 학교의 가치를 깊이 알고,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특히 코로나 기간동안 원격 수업을 실시하고, 다른 학교 교사들을 위한 워크숍을 실시하고, 이제 막 설립된 학부모-교사 협회를 조직하는 등의 일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을 볼 때 정말 감사함을 느낍니다.
현재
캄보디아에 온 지 몇 년이 지났고, 이제는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언제 홍콩으로 돌아가야 할지 가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지난 7월, 저희는 영적 동반자와 함께 이 부분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성찰하는 과정 안에서,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늘 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다.” (마태 25,14-30)
젊었을 때에는, 제가 재능이 많기에 일할 기회는 늘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저는 한 가지 재능만을 가진 주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가진 재능은 10년 이상의 교직 경험을 통해 캄보디아 학생들의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 뿐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캄보디아를 떠난다면 이 달란트를 그냥 땅에 묻고 외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의 교사들이 학교 교육의 이념을 이어갈만한 능력과 마음이 준비될 때까지, 이들 곁에 남아 있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언젠가 제가 하느님 앞에 섰을 때, 그 분께 큰 보상을 받기를 바라기 보다는, 그저 캄보디아에서 몇 년 간 일할 수 있었던 저의 재능과 그 모든 것을 되돌려드릴 수 있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홍콩 평신도 선교사 협회(Hong Kong Lay Missionary Association) 소속 협력자. 2016년부터 2024년까지 하비에르 학교에서 봉사하며 초등학교 교장 소임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