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의 편지

리차드 ‘리치’ 페르난도 수사(Br. Richie Fernando, S.J.)는 지뢰 피해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캄보디아인들의 자립을 돕는 기술학교 ‘반티에이 쁘리업’에서 중간 실습기(리전시)를 보낸 필리핀 관구 소속 연학수사였습니다. 1996년 10월의 어느 날, 감정적으로 극도로 흥분한 상태의 학생 한 명이 학교에 수류탄을 들고 왔습니다. 그 학생이 손에 수류탄을 쥔 채로 학생들이 가득 찬 교실에 이르렀을 때 리치 수사는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습니다. 몸싸움이 이어지던 중 학생은 그만 수류탄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고, 폭발의 굉음과 함께 겨우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였던 리치 수사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다른 학생들은 물론, 수류탄을 떨어뜨린 바로 그 학생의 생명까지도 구하고 희생했습니다.

그날의 사건이 있기 나흘 전, 리치 수사는 가까운 친구이자 후에 캄보디아 선교사가 된 예수회 또뗏 신부(Fr. Totet Banaynal, S.J.)에게 편지를 부쳤습니다. 리치 자신의 장례식으로부터 일주일 뒤에 또뗏 신부에게 도착한 그 편지 안에서 리치 수사는 학생들을 향한 자신의 어려움과 희망을 나누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뗏, 솔직히 멈추고 싶지가 않아요.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려움, 사람, 진실을 마주 할 수 있는 영감을 느낍니다. 다시 말해서 뗏, 난 내 마음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I know where my heart is). 내 마음은 가난한 이와 병든 이, 고아 등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람들, 곧 장애를 지닌 우리 형제 자매들을 결코 잊지 않으신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를 도구로 삼아 우리 형제 자매들로 하여금 이 사실을 깨닫도록 하셨음에 기쁩니다. 난 솔직히 여기에서 가난한 우리 친구들을 위해 죽는 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선물이 될 거라고 믿어요. 매일 이 은총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31일, 예수회 필리핀 관구장 안토니오 모레노 신부(Fr. Antonio Moreno, S.J.)는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성인 축일을 맞아 관구의 전체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수회 총장 아르투로 소사 신부(Fr. Arturo Sosa, S.J.)가 리치 페르난도 수사의 시복시성을 위한 조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해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였음을 공표했습니다.

예수회 캄보디아 미션은 리치 페르난도 수사와 그가 살아낸 삶을 기억하며 그의 이름을 따서 소식지의 이름을 “리치의 편지”라고 명명했습니다.

저는 제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